산성흙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흙의 산성문제를 우리나라 처럼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라도 별로 없다. 그럼 산성흙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산성흙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빗물은 농도가 낮은 탄산수(炭酸水)이다. 그런데 탄산수는 약한 산성인 물이다. 탄산수란 이산화탄소(탄산가스, 즉 CO2)가 물에 녹은 걸 말한다. 공기 중에는 비록 조금이긴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어느 곳이던지 있다. 이산화탄소는 빗물에 녹아 대지에 흘려 내린다. 이산화탄소가 녹은 물은 약한 산성(pH 약 5.4 정도)이다.
산성인 빗물이 많으면 빗물은 흙을 씻으면서 지하로 스며든다. 그렇게 되면 그 흙은 산성흙이 되는 것이다. 한 해에 비가 5,000㎜ 정도로 많이 내리는 콜롬비아 같은 나라의 흙은 pH가 4.5 정도인 강산성이다. 반대로 비가 매우 적게 오는 사막같은 곳에서는 비가 올 때, 흙속에 잠시 스며들었던 물기가 표면으로 올라와 증발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흙에 들어 있는 염기성분이 흙의 표면에 올라와 쌓이게 되므로 강알칼리성 흙이 된다. 사막처럼 건조하지 않더라도 반건조열대(半乾燥熱帶)처럼 비가 적게 오는 열대지역의 흙은 pH가 8.5 정도로 알칼리성일 때가 있다. 그런 흙은 우리나라 정도의 산성흙보다 더 나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비가 주로 장마철에 많이 오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흙을 산성화하는 편이지만, 봄, 가을, 겨울에는 비가 덜 와서 흙을 산성이 되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흙은 대체로 약한 산성(pH 5.5 정도)이다. 이건 화학비료를 많이 써서 그런 게 아니다. 기후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미국의 토양학 교과서에는 pH가 6.5~7.0 정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쓰여 있지만, 꼭 어디에서나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런 책이 처음 쓰이던 때만해도 식물의 환경 적응능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었다.
pH가 8.5 정도인 반건조열대의 흙과 pH가 4.5인 콜롬비아의 흙들은 황폐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각 지역에 오랫동안 적응해온 작물과 식물들이 있어서 거름만 제대로 주면 농사에 문제가 없고, 산과 들에도 다양한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다. 사람들이 심하게 수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우리나라 흙은 이들 두 지역의 흙에 비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우리 흙에 오랜 세월에 걸쳐 적응되어 온 작물과 식물들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 친환경농산물을 이야기하는 이들 가운데 산성흙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질이 덜 좋을 거라고 우려하는 것 같다. 그건 기우(杞憂)다. 우리나라 정도의 산성흙은 이 땅에 오래 동안 적응돼온 작물이나 품종을 재배할 경우 별 문제가 없다. 별 문제 없이 자란 농산물에는 별 문제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농촌여성신문 참조)
산성땅에 잘 자라는 식물
목본 :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진달래, 아카시아나무, 블루베리 등.
초본 : 질경이, 자리공, 쇠뜨기, 까치수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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