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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텃밭 및 야산

산성흙은 화강암에서 생긴다

 

산성흙은 화강암에서 생긴다


 



화학비료의 사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중 가장 잘못된 것은 화학비료를 쓰면 농지의 흙이 산성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농지의 흙이 산성인 것은 그동안 농지에 화학비료를 많이 써왔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흙의 성질은 무엇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지에 대해 적절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흙은 자연이 만들어낸 것이다. 흙의 주 원료는 바위가 부서진 입자들이고 부 원료는 자연에서 살다가 죽어 흙으로 들어가 분해되고 남은 유기물이다. 따라서 흙의 성질은 그 흙이 만들어진 곳에 있는 바위의 종류에 영향을 받고, 그 흙이 만들어진 곳에 많이 사는 생물의 종류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만들어지는 흙은 그 흙이 만들어지는 곳의 기후의 영향도 받는다. 비가 많이 오는지, 건조한지, 추운지, 더운지에 따라 흙의 여러가지 성질들이 달라진다.

흙은 또 어떤 위치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서도 그 성질이 달라진다. 즉 비탈진 곳에서 만들어졌는지, 높고 펀펀한 곳에서 만들어졌는지, 낮고 물이 고이기 쉬운 곳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흙의 성질이 달라진다. 흙의 성질은 흙을 만드는 재료가 한 곳에 얼마나 머물러 있었는지, 즉 흙이 만들어지는 데에 걸린 시간에 따라서도 흙의 성질이 달라진다.

요즘에는 사람의 활동에 따라서도 흙의 성질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사람의 활동이 요즘처럼 왕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흙의 성질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눈에 띌 정도가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화학비료나 가축의 똥으로 만든 유기질비료를 않이 준 밭이나 과수원의 흙은 그렇지 않은 흙에 비해 여러가지 작물양분이 더 많이 들어 있고 염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이처럼 흙은 여러가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조건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어떤 흙의 성질이 사람이 준 비료의 영향만으로 크게 변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면, 자연 조건에 노출된 흙이 산성화하는 것은 그 지역에 내리는 비의 양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크게 살펴볼 때 비기 많이 오는 지역에서 생기는 흙은 산성흙이 되고 건조한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흙은 알칼리성 흙이 된다. 왜 그런가?

먼저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 생기는 흙이 산성이 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흙은 비를 많이 맞으면서 만들어진다. 흙이 비를 많이 맞는다는 것은 흙이 많은 양의 빗물에 씻겨진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자연 속의 빗물은 순수한 물이 아니다. 순수한 물은 중성이지만 자연 속의 빗물은 순수한 물이 아니기 때문에 중성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 속의 물은 산성인가? 알칼리성인가? 자연 속의 빗물은 산성이다. 왜 그런가? 자연 속의 공기에는 탄산가스가 있다. 그런데 그 탄산가스는 빗물을 만나면 빗물에 녹는다. 물에 탄산가스가 녹으면 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물이 산성으로 변한다. 탄산가스가 많이 녹아 있는 물을 탄산수라고 한다. 그런데 탄산수는 맛이 시다. 탄산수는 산성이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흙은 빗물, 즉 산성인 물로 자꾸 씻겨지는 셈이다. 그러니 비가 많이 오는 곳에 있는 흙은 산성이 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비가 비교적 많이 오는 나라다. 한 해 전체로 따지면 비가 그다지 많이 오는 편은 아니나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서 빗물(산성인 물) 흙을 씻어낸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있는 흙은 산성흙이 될 이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앞에서 어떤 곳에서 만들어지는 흙의 성질은 어떤 한 가지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 했다. 어떤 곳에서 만들어지는 흙이 산성흙이 되는 데에 있어서 그곳에 내리는 비의 양도 중요하지만 흙의 근본적인 원료인 바위가 어떤 성질을 갖는가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알칼리성이 강한 석회암 같은 것이 흙의 근본적인 원료일 경우에는 비가 비교적 많이 오는 곳에서도 산성흙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흙의 근본적인 원료가 화강암이나 화강편마암일 경우에는 비가 많이 오는 곳일 경우 산성 흙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석회암은 그리 널리 분포하지 않고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더 널리 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산성흙이 많은 것이다.

화학비료가 흙에 들어갔을 때 흙을 산성화할 수 있는 논거(論據)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유안같은 질소비료가 밭 흙에 들어가면 유안에 들어 있은 암모니아꼴 질소가 질산꼴 질소로 변할 때 생기는 수소이온이(NH4+---->NO3- + 4H+) 흙을 산성화할 수 있다. 이것은 흙이 비를 맞지 않는 실험실에서는 잘 관찰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는 화학비료가 토양을 산성화 하는 정도는 빗물이 흙을 산성화하는 정도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이 사실은 이제까지 비료를 준 적이 없는 흙과 비료를 오래 동안 주어온 자연상태의 흙의 산성정도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농업과학기술원 토양관리과 연구진이 2003년에 흙의 근본적인 원료인 바위의 종류가 다르고 토지의 이용형태가 다른 (비료를 주지 않은 산지, 비료를 주면서 농사를 지어온 밭과 논) 전국 300 지점에서 흙에 대하여 pH와 그 밖의 여러가지 성질들을 조사하여 보고하였다.. 이 보고서는 석회암이 분포하는 지역에서는 흙에 비료를 주었거나  안 주었거나 상관없이 흙은 알칼리성이었지만, 화강암지대에서는 비료를 준 적이 없는 산지의 흙이 비료를 주면서 농사를 지어온 농지의 흙보다 훨씬 더 강한 산성이었음을 밝혔다. (산지; pH 4.5, 논; pH 5.7, 밭; pH 5.5 : pH 값 1 차이는 산성정도 10 배 차이임) (이 보고서는 농업과학기술원 2003 농업환경연구. 262-269 페이지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 토양에 대해 바른 식견을 가진 이들은 모두 이 조사결과의 타당성을 인정한다. 우리나라 농지에 화학비료를 써온 것이 우리나라농지를 산성화한 것은 아니다. 이 점을 많은 이들이 바로 아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인 것이다. 비전문가들이 입이서 입으로 옮기는 화학비료를 쓰면 흙이 산성화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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